회사원 엄마, 육아휴직 100일 간의 기록을 결심하다 회사원 엄마, 초등 학부모 되기


"마법 수업이 끝난 교실에서 인터뷰를 하던 아이들은 하나둘씩 눈물을 터뜨리더니, 이내 교실 전체는 울음바다가 되었다.
함께 했던 그간의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눈물이 나는건지, 너무 힘든 시간이 끝났기 때문인 지는 알 수 없었다."

황당하게도 방금 (아니 사실은 한 시간 전에) 내가 꾸다가 만 꿈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사실 그 앞에 내용이 도대체 뭐였는지는 아무리 기억해내려고 해도,  기억해내는 부위의 뇌에는 남아있지 않다.
그 꿈이 그냥 스치고 지나간 내 기억의 캐시 메모리는 지금은 '기록해야겠다'란 생각으로만 가득차 있다.

회사를 다녔고, 다닌다. 앞으로 얼마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다닐 것 같다.
그냥 그런 회사원이라는 타이틀을 단 이후로, 피곤함이라는 핑계를 잘도 이용해 먹었던 것 같다.
사실, 핑계만은 아니기도 하다.
대학 졸업해서 미혼일때 몇 년은 신나는 직장 생활을 했다.
사회생활이 정말 이런게 다인가, 나는 잘하고 있는 건가 고뇌하면서도
같이 입사한 친구들과 어울려 고단함을 성토하기도 하고, 즐거움을 나누기도 했다.
또 그것들을 내 만족을 위해 간간히 기록하기도 했었다.
그리고는 어쩌다보니 결혼도 하고 어쩌다보니 이직도 하고...또 어쩌다 보니 아이도 낳아서 엄마란 타이틀도 가졌다.
사실 출산 휴가 시절의 3개월에는 몸이 피곤했어도,
나만 깨어있는 새벽 시간이 있어서 열심히 나무가 하루하루 자라는걸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다시 회사로 복귀한 후, 몸이 고단한 이때부터 기록의 영역은 희미해지고 말았다.
나를 위한 단 한시간도 잠을 보충하는데 쓰고 싶지, 그 피곤을 기록하는데 쓰기는 싫었다.

나이를 먹어도 누구나 그러하듯 마음은 제일 잘 나갔다던 '그때 그 시절'과같아서
나는 아직도 내가 엄마라는 사실을 100%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지만, 
엄마가 엄마라는 타이틀을 실감하고 체화하는 것과는 별개로  아이는 매시간 시간 자라고 있다.
그리고 아직 홀로 설 수 있는 인간이 아닌 그는 돌봐주는 그 누군가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의무적으로 회사에 써야하는 엄마와 아빠의 '손길' 부족 때문에
말을 못 할 때는 '주말 가족'이란 타이틀을 달고 대전 할머니의 손을 빌렸고,
운좋게 직장이 사옥을 짓고 직장내 어린이집이 생겨서 첫 등원을 한 후 4년간은
(8시인 내 출근 시간에 맞춰서, 세수도 못한 채로, 함께 출근하고 함께 퇴근하며)
 어린이집 선생님과 보건선생님의 손을 빌어, 아이는 어느새 8살이 되었다.
그렇다! 나무가 여덟살인 것이다.

이게 바로 내가 다시 '기록'을 해야하는 계기이다.
나무는 여덟살, 올해 학교를 간다.

초등학교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던 시절에는 한 달 정도 육아휴직을 쓰고 오후 시터를 구해서 쓰면 되겠다라는 마음이었지만,
마음과는 별개인 회사의 상황, 동료의 상황 등등의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서 드디어 3개월 육아 휴직이 결정되었다.
(당장 다음 달부터인데 그 기간이 이번주에 확정됨...)

2002년에 첫 직장에서 편집기자 수습과정을 떼고나서 이게 내 앞길이 아닌가 싶어, 
북경으로 다 늦게 도피성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 2004년부터 시작해서 출산 휴가 3개월 외에는 휴식 기간도 없이 일을 했다.
수습만 뗀 첫 직장을 빼고도 벌써 12년이나 일을 했고, 현재 직장에서 일한지도 벌써 8년이 되어가도록 쉰 적이 없는데,
아들 덕분인지 탓인지 처음으로 '휴직'을 하게 되는 거다.

1개월 쉰다고 생각했을 때는 그냥 아이 학교 등하교 적응시켜주다보면 한 달이 다 지나가겠지 했고,
1년을 쉬어야한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중간에 뭐라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으며,
6개월만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을때에는 뭐 배우기도 애매한 시간이니 운동 하나를 꾸준히 해서 몸을 만들자라고 했지만
3개월만 쉬어야한다고 결정되었을때에는 사실, 정말 흔적 없이 금새 지나가겠구나 싶었다.

그간
선택지에는 있지도 않은 영어 유치원이 처음에는 소용없다고 비웃다가,
남들이 하는 걸 보니 나무도 시켰으면 좋았을 걸 아쉬워하다가,
다 늦게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서 영어교재를 왕장 질렀다가,
공립초등학교를 보낼지 사립초등학교를 보낼지 백번 마음이 바뀌었다가 등등
이 때를 위해 고민했던 그 기나긴 시간들도 입학을 앞둔 지금은 한 데 뭉쳐져서 희미하게만 생각나는 걸 보니
이 3개월은 진짜 내 인생에서 별 흔적이 없겠구나 싶었던 거다.

"3개월간 하루 24시간씩 매여있던 마법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정확히는 이런 디테일은 아니었지만, 그래서인지 이 꿈을 꾼 것 같고
이 새벽(4시부터 기록 시작)에 나는 이 3개월을 내 캐시메모리에만 휘발성으로 담았다가 버릴 수는 없으며
꼭 기록해야겠다는 결심을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100일간의 기록이라 한들, 하루에 한 개씩 백 개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간 살아보지 못했던 '학부모'라는 삶을 처음으로 대하는 그 마음과 생각을 담아서 저장해놓고
나중에는 그게 '생활'이 되어서 새로운 마음이 없을때 쯤 다시 열어볼 작정이다.

나 홀로의 결심은 항상 작심삼실,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이 결심을 포스팅을 통해 천명한 후, 스스로를 향한 숙제 아닌 숙제를 줄 예정이다.

사실은 더 적고 싶은 말, 생각, 그간의 기억이 너무 많지만 앞으로 있을 100일에 걸쳐서 녹여 적어보기로 하고
이 '원대한' 결심을 이글루스 밸리에 보냄!

..............이러고 안 적으면 망신
채근해주세요.......대체 그 기록은 어떻게 되어가고고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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